새로운 시작으로 새로운 삶을 열다
2016년 3월, 내 나이 쉰 한 살에 세종사이버대 상담 심리학과 3학년으로 편입해서 새로운 공부를 시작했다. 누군가의 강요도 없는 온전한 나의 선택이었다. 그 동안의 삶을 돌아보면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살아왔다. 참고 인내하며 살다보니 작은 성취는 이룰 수 있었지만 난 그 시점에서 ‘ 나는 지금 행복한가? 앞으로 내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살고 싶은가?‘에 대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상담 심리를 공부하게 되면서 가장 먼저 나를 돌아보고, 나를 위로하고, 나를 이해하게 되었고 주위의 사람들에게 더 관심을 갖고 바라보게 되었다. 늦은 나이에 시작한 공부가 예상보다 쉽지 않았다. 매주 업데이트되는 강의를 듣고 학습활동을 하는 것도, 오랜 시간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도, 배운 지식을 기억하는 것도 예전 같지 않았다. 그냥 편하게 살지 뭐하러 고생을 사서 하느냐는 주위의 충고를 무시하고 늙은 학생의 길을 선택한 것은 단지 스펙을 쌓기 위함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공부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있었다.
학과 특강을 통해 오프라인 수업이 주는 즐거움도 맛보고, 교수님과 함께 하는 스터디는 인간적인 정을 교류할 수 있는 감사한 시간이었다. 공부는 자신의 내적 에너지가 중요하지만 외부에서 공급되는 부수적인 동기와 정보도 외적 에너지를 제공하여 공부를 지속하게 한다. 그래서 시간이 허락하는 한 다시 주어진 학생으로서의 특권을 누리고자 했다.
그리고 상담심리학과 공부를 하면서 그동안 살아왔던 삶과 다른 영역의 사람들을 만났다. 세종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와 결연을 맺은 청소년 단기 쉼터에 멘토링 자원봉사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나는 그동안 나를 위해서 우리 가족을 위해서 열심히 살아왔다. 그런데 그 곳에서 만난 자원봉사자들은 세상을 향한 관심을 가지고 타인을 향해 자신의 것을 나누고 있었다. 현대 우리 사회가 이기적이고 악하고 부정적인 모습만을 많이 봐왔었는데 자신의 시간과 돈과 능력을 다른 사람들을 위해 내어주는 사람들이 있음을 보면서 이런 사람들로 인해 이 사회가 따뜻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미약하지만 나도 그런 삶을 향해 나도 한 걸음 내딛게 되었다.
인터넷 수업과 시험과 리포트와 씨름하다 보니 벌써 일 년하고도 한 학기가 지나갔다. 작년의 나보다 또 다른 영역에서 성장한 나를 본다. 이젠 그 어렵던 심리학자들의 이름과 이론도 이상 심리학과 학습심리학도 이해할 수 있고 상담의 과정과 상담자의 자세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다. 아직 이 미미한 시작이 어디를 향할지 정확하게 알 순 없지만, 상담 심리학과 학생으로의 출발은 내 새로운 삶을 향한 터닝 포인트라는 건 확실한 것 같다. 언제나 배움에 대한 열린 마음으로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의 나를 향해 성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